(울산신문 기고) 평생학습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평생학습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세

 

  배움의 열기가 학교 담장을 타고 우리네 삶터로 넘어왔다. 학교에서의 학생을 위한 교육이 삶터에서의 성인을 위한 학습으로 전환되면서 학습의 가치를 깨닫고 발빠르게 적응한 사람들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학습을 자신의 삶 속에 녹여내지 못하고 있다. 지식이 사회의 기반이 되는 평생학습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적인 학습참여의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학습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인간을 지칭하는 다양한 말 중에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라는 말이 있다. 한준상 교수는 그의 저서 ‘호모 에루디티오’에서 에루디티오란 라틴어로 배우고 가르친다는 행위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로마인들은 일상생활에 있어서 에루디티오를 지식이나, 지혜를 익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썼었으며, 로마의 사상가 키케로(B.C.106~B.C.43)는 배우는 사람, 자기 스스로 익히는 사람,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개인의 학습 행위를 지칭할 때 에루디티오라는 단어를 즐겨 썼다 하였다.

  인간이 단순히 학습을 하기 때문에 호모 에루디티오라 지칭된 것은 아니다. 학습은 동물에게서도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학습과 동물의 학습이 다른 것은 동물은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 학습행위를 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학습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학습이 인간의 본성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을 호모 에루디티오라 칭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평생학습 참여에 대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식과 정보,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평생학습에 참여한다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의 필요성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평생학습 참여를 학습자 개인의 문제로 한정하거나 사회적·시대적 현상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며 평생학습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본성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따라서 평생학습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기본 권리가 되어야 하며, 인간의 본성과 권리에 대한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생학습시대는 이전의 그 어떤 시대보다 우리에게 배움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 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배움의 기회는 때로는 삶의 압박으로 작용한다. 원해서 하는 배움보다 급변하는 시대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워야 하는 상황에 수시로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가는 국민 누구나가 언제 어디서든 학습 참여를 원할 때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조성을, 평생학습도시 조성사업은 지역주민의 상시학습 지원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제일 목적에 둔다면, 필요에 의한 배움 일지라도 그 배움 속에서 인간의 학습본능 즉 에루디티오를 일깨우게 될 것이다.

  이는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學而時習之 不亦悅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와 맥을 같이 한다. 공자는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중 첫 번째가 배움의 즐거움이라 하였다. 평생에 걸쳐 배우고 익힘으로써 깨닫게 되고 그 깨달음이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에 내재되어 있는 즐거움의 속성을 발견하는 것이 우리가 학습하는 이유이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아를 재발견하게 되고 우리 삶의 궁극적인 목적인 자아실현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학습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그리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배운 것(學)을 익히는 과정(習)이 필요한데, ‘習’이라는 글자에서 보듯이 새가 날기 위해 백번의 날개 짓을 해야 한다는 것처럼 많은 노력과 때로는 고통이 수반되기도 한다. 그러나, 호모 에루디티오의 본성을 일깨운다면 학습의 과정 또한 즐거움이 될 것이다.

  미래를 향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지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 선현들의 지혜 속에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학습본능을 일깨워 학습을 즐기는 삶을 사는 것이 평생학습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우리의 자세이며 실천의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